‘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12주간의 우울증 치료

2018.08.03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오랜 시간 기분부전장애(심한 우울 증상을 보이는 주요우울장애와는 달리, 가벼운 우울 증상이 지속되는 상태)와 불안장애를 겪어온 저자가 정신과 전문의와 나눈 12주간의 대화를 엮었다는 책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세상은 아주 밝거나 지나치게 어두운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고,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지만 속은 곪아 있는, 애매한 사람들”도 많다고도 말한다. 마치 자신처럼.

저자는 출판사에서 5년간 일했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오랜 시간 우울증과 함께 했다. 처음 치료를 시작한 후 12주차에 접어들 때까지 조금씩 짧아지는 내용은 처음 병원을 찾았을 때부터 치료를 통해 조금씩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듯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나아지기도 하고 다시 돌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을 들여다보고 인정하며 자유로워지기 위해 움직인다. 일견 녹음된 상담기록의 나열이 될 수도 있지만 전문가와 나눈 대화는 독자에게도 마치 직접 상담을 받고 있는 듯한 기분을 준다. 한 번의 상담이 끝나면 저자는 그 대화를 통해 느낀 자신의 기록을 일기처럼 남긴다. 그리고 그것은 이 책이 단순한 치료 기록에 그치지 않는, 애매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손짓임을 일깨워준다.

12주의 치료가 끝나고 저자는 여행을 떠난다. 다음 이야기는 여행 후가 되겠지만(12주차의 기록 뒤에 ‘2권에 계속’이라고 되어 있다) 그 사이의 공백을 메워줄 요량인 양 부록으로 실린 ‘우울의 순기능’은 정말 순기능인지는 알 수 없지만 치료 기록에는 다 실리지 않았던 저자의 또 다른 마음 속 이야기가 담담하게 실려 있다. 치료 기록의 말미에 실린 담당 정신과 전문의의 짤막한 글은 그가 얼마나 조심스럽게 이 치료에 임했고, ‘잘 맞는 병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간접적으로 전해준다. 12주의 기록은 단면적인 대화가 아니라 저자의 내적인 이야기를 끌어내 천천히 방향을 바꿔준다. 그것은 저자의 의지인 동시에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문가의 힘이다.

많은 사람들이 깊은 우울에 빠지곤 한다. “별일 없이 사는데 왜 마음은 허전”한지 모르는 상태가 지속되기도 한다. 하지만 흔하기 때문에 도리어 별일 아닌 문제로 치부하고, 이해받지 못한다. 최근 ‘괜찮다’고 말하는 여러 서적들이 쏟아지지만 정작 무엇이 괜찮은 것인지, 정말 막연하게 괜찮다는 위로는 아닌지 의심이 들 때도 있다. 이런 시점에 저자의 솔직한 이야기는 많은 애매한 사람들에게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는 공감대를 일으킬만 하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은, 바로 그런 때처럼.




목록

SPECIAL

image 신과 함께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