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알고보니 4차 산업혁명

2018.08.09
덥다. 배고프다. 그러나 낮 최고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여름날, 오로지 나 자신을 먹이기 위해 불 앞에 서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럴 때 구세주는 다름 아닌 배달앱이다. 치킨이나 짜장면이 내키지 않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요즘의 배달앱은 맛집들을 공들여 모아 놓은 백화점 푸드 코트나 다름없으니까. 전날의 숙취를 잠재워줄 묵은 지 김치 찜, 먹기 좋게 손질된 대게, 예능 프로그램 출연 후 줄을 서지 않으면 먹기 힘들어진 꼬막 비빔밥과 노릇노릇 군고구마에 시원한 커피까지. 어느새 사라졌던 입맛은 돌아오고 손가락과 눈동자는 분주해진다. 없는 것 빼곤 다 있는 라인업을 보니 문득 궁금해진다. 대체 최근 몇 년 사이 배달앱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변화는 생각보다 차근차근 시작됐다. 현재 배달앱 시장 1위는 우아한 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 민족’이고 2,3위는 알지피코리아가 운영하는 ‘요기요’와 ‘배달통’이다. 여기에 우아한 형제들은 2015년 6월 ‘배민 라이더스’를 론칭했고, 알지피코리아는 작년 9월 ‘푸드플라이’의 지분을 100% 인수했다. 일부 지역에서 시작됐던 배달대행 서비스가 보다 많은 지역으로 확대되고 보다 많은 업체들이 입점하며, 이제까지와는 다른 ‘배달의 시대’가 펼쳐지게 됐다. 전통적 배달앱이라고 할 수 있는 ‘배달의 민족’,‘요기요’,‘배달통’ 등이 고객으로부터 주문을 받을 뿐 배달은 매장에서 알아서 처리해야 했다면 ‘배민 라이더스’와 ‘푸드플라이’는 주문부터 배달까지 모두 책임진다. 각각 다루는 사업장의 성격도 차이가 난다. 전자가 보통 이미 배달을 하고 있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다면, 후자는 배달을 하지 않거나 포장만 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다. 쉽게 말해, 그동안 배달되지 않던 음식까지 취급하게 된 것이다. 배달앱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우아한 형제들과 알지피코리아 외에도 본래 심부름앱으로 출발한 ‘띵똥’, 글로벌 기업 ‘우버이츠’ 등 다른 기업들까지 포함하면 범위는 더욱 커진다. 이는 단순히 배달 가능한 음식의 증가를 넘어 보다 중요한 시장의 변화를 가져왔다. 배달앱 관계자 A씨는 “옛날에는 배달되는 식당이라고 하면 동네구멍가게처럼 보는 시각이 있었는데, 이제는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들도 배달앱을 통해 배달을 하니 그런 편견이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사업자들의 마인드도 바뀌면서 음식의 질도 올라가고 서비스 정신도 좀 더 생긴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배달이라는 개념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몇몇 업체들에서 시행하고 있는 배달팁 역시 배달에 대한 오랜 통념이 깨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배달앱에서 최소주문금액 이상을 결재하면 배달료가 무료였지만 이제는 많은 업체들에서 배달 거리와 시간에 따라 별도의 배달팁을 제시하고, 배달앱에서는 이를 음식가격과 함께 결재하도록 시스템을 개편했다. 이는 얼핏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몫이 더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그렇지 않다. A씨는 “기존에는 10000원짜리 음식을 시키면 통상 3000원정도가 배달원에게 갔다. 결국 소비자는 7000원짜리 음식을 10000원 주고 사먹은 셈인데, 배달이 공짜인줄 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달팁을 따로 지불함으로써 최소한 명시된 가격만큼의 품질이 보장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배달음식’이라는 카테고리가 존재했다면, 이제는 음식과 배달이 분명히 구분되며 배달이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전문화됐다.

여기에 다른 산업과의 결합과 새로운 기술이 가세하며 배달은 또 다른 차원의 산업으로 나아가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3월 ‘카카오톡 주문하기’ 기능을 추가해 일부 프랜차이즈에서 배달주문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올해 상반기 이를 중소사업장까지 확대했다. 별도의 배달앱을 다운받지 않고도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카카오톡에서 문자나 음성 인식을 통해 음식을 주문할 수 있어 이용률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네이버는 올해 2월부터 모바일 앱에서 업소 이름을 검색하고 주소를 입력하면 ‘배달의 민족’과 연동하여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고, 5월부터는 AI 스마트스피커를 이용한 음성 쇼핑 시스템을 도입했다. 알지피코리아는 이미 지난 2016년 드론 음식 배달 테스트에 성공한 바 있으며, 우아한 형제들은 거금을 들여 배달사업에 필요한 인공지능과 로봇 등을 개발 중에 있다. 이들의 시도가 성공한다면, 배달을 부르는 새로운 이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치킨과 짜장면으로 대표되던 ‘배달음식’은 이제 그 종류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다양해 졌다. 이는 배달에 대한 인식을 달라지게 만들었으며, 점차 산업자체의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인공지능, 로봇기술 등 새 시대의 기술들이 융합된다. 말로만 듣던 4차 산업혁명이 손바닥 안의 배달앱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맛있는 것을 먹고자하는 인간의 욕구가 이렇게나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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