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와썹맨’, 막 나가고 싶어요?

2018.08.22
‘아직 규제가 덜 풀렸습니다. (언제쯤 그날이 올까요)’ 지난 10일 인터넷에 공개된 웹예능 ‘와썹맨’의 자막 중 하나다. ‘와썹맨’의 진행자 박준형이 피서지에서 만난 여성들에게 “여기 온 목적이 뭐냐”고 질문한 뒤 나온 것으로, 여성들의 답변은 무음처리 됐다. 자막은 그들의 답변에 성적인 뉘앙스가 있는 것처럼 몰아갔고, 인터넷에는 출연자들에 대한 성희롱이 이어졌다. ‘와썹맨’ 제작진은 “해당 부분에는 문제가 될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명해야 했다. 제작진은 규제가 덜 풀렸다고는 했지만, 방송 가능한 수위가 높아진다 한들 출연자를 이런 상황에 몰아넣을 수는 없다.

웬 남자가 인터넷 방송 중이라는 핑계로 거리에서 처음 보는 여성을 붙잡고 시간을 내달라고 한다면, 여성에게는 경찰을 불러야 할 위협일 수도 있다. 인터넷 방송을 하는 남성 BJ들이 많은 거리는 여성들이 기피하여, 지역 상권 상인들이 남성 BJ들을 막을 방법을 고민하기도 한다. 박준형 역시 이런 남자 BJ들처럼 거리를 걸어 다니며 시민들에게 말을 붙인다. 하지만 ‘와썹맨’에서 여성들은 박준형이 자주 쓰는 ‘BAAM~!’을 먼저 외치며 먼저 반가움을 표시하기도 한다. 그는 유명한 연예인이고, 재미있는 캐릭터로 호감을 쌓았으며, 옆에는 카메라가 따라붙는다. 박준형은 인터넷 BJ들처럼 방송을 하지만, 갑자기 카메라 앞에 선 시민들이 ‘와썹맨’에 안심할 수 있도록 보증했다. 문제를 일으키는 남자 BJ의 인터넷 방송들은 여자에게 인터뷰를 강요하고, 여자를 당황하게 하거나 놀리는 것으로 재미를 만들어내려 한다. 애초에 이런 형식 자체가 여성혐오를 기반으로 구성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와썹맨’은 박준형이 거리의 다양한 시설들을 경험하며 누구와도 스스럼없이 말하고, 때로는 음식을 산 뒤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난다. ‘와썹맨’의 제작진은 이 신뢰에 스스로 균열을 일으켰다.

인터넷 방송 중에는 욕설은 물론 폭력적인 행동으로 화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남성 BJ가 여성 게스트를 폭행한 뒤 장난이었다며 무마하려는 경우도 있었다.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용인하는 방송은 사회적 비판을 받는 것은 물론, 시청자의 폭을 좁힌다. 여성혐오를 내세우는 BJ의 방송을 여성들이 볼 가능성은 당연히 낮다. 혐오를 즐기는 사람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구독자 수는 늘 수 있다. 어떤 BJ들은 이런 지지를 바탕으로 아프리카 TV에서 ‘별풍선’을 받거나, 협찬을 받기도 한다. 그들이 구독자와 BJ의 관계를 특별한 것으로 묶으려 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다양한 시청자를 끌어들이기는 어렵다. 사회적 이미지를 고려해야 하는 기업의 광고를 받기도 어렵다. 광고를 주면 오히려 불매 운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게다가 ‘와썹맨’은 JTBC에서 제작한다. ‘와썹맨’ 제작진이 바라는 ‘규제’가 풀린 방송은 오히려 이 프로그램의 수익 구조를 악화시키고, 채널 이미지까지 망칠 수 있다.

이미 ‘와썹맨’은 인터넷 방송과 같은 플랫폼에서, 그들의 길을 가고 있었다. ‘와썹맨’의 편집은 요즘 인터넷 방송들처럼 빠른 호흡을 보여주고, 제작진의 코멘트와 사진 등을 넣은 영상으로 편집점을 시청자에게 드러낸다. 맥락보다는 쉬지 않고 재밌는 상황을 보여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여기에 아무에게나 말을 걸어도 오히려 재밌다는 반응을 얻는 연예인이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을 안전한 범위 안에서 보여준다. ‘와썹맨’은 TV 예능 제작진이 유튜브의 감각을 받아들였을 때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증명했다. 인터넷 방송의 형식은 가져오되 형식이 담고 있던 문제들은 최대한 제거한다. JTBC가 유튜브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TV에서는 인기 BJ의 일상을 보는 ‘랜선 라이프’를 방영하는 시대에 부합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제작진은 정작 ‘규제’와 출연자에 대한 최소한의 윤리를 혼동한다. 사과문에서도 “와썹맨 콘텐트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께 영상을 통해서나마 사과드립니다”라며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인 사과는 피했다. 플랫폼이 어디든 제작진의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아프리카 TV나 유튜브의 몇몇 BJ들이 일으키는 문제는, 그들이 아직 고정 시청자층 바깥으로 노출될 일이 적기 때문에 큰 관심을 받지 않고 있을 뿐이다. 유튜브는 자유라는 명분으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혀도 되는 치외 법권이 아니다. 그렇게 착각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억지로 고집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와썹맨’에 필요한 것은 규제에 대한 투정이 아니라 JTBC가 제작하고 박준형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제작 기준에 대한 고민이다. 그것은 TV든 유튜브든, 방송사와 전문 제작진의 존재 이유에 대한 증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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