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몰아보기

오경아의 ‘바흐의 수난곡 실황’, 문주연의 ‘커피 프린스 1호점’, 강명석의 ‘익스플레인 세계를 해설하다’

2018.09.21
오페라 무대로 구현한 바흐의 수난곡 실황 (베를린 필 디지털 콘서트 홀)

‘음악의 아버지’ 요한 세바스찬 바흐는 교회에 채용된 작곡가로 일하면서 평생 수많은 작품을 썼고 대다수가 불후의 명작이지만 성경에 기록된 네 편의 복음서를 기초해서 작곡한 수난곡(원래 네 편을 썼다고 전해지지만 악보가 남아있는 것은 마태와 요한수난곡 뿐이며 나머지 두 편은 존재유무가 불분명함)은 특히 인류유산으로 남겨도 손색이 없다.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상연중인 두 편의 오라토리오는 애초에 교회에서 글을 읽을 수 없는 일반 신도들에게 성경의 복음서를 들려주기 위한 작곡되었지만 원래 바흐의 의도가 오페라였다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베를린필과 예술감독 사이먼 래틀, 오페라 연출가 피터 셀라즈의 협업으로 2010년 잘츠부르크 부활절 페스티벌 무대에 처음 선보인 특별한 공연이었다.

성경으로도 이미 널리 알려졌고 현시대 가장 유명한 록뮤지컬이자 고전이 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도 있지만 바흐의 마태수난곡은 그 모든 예수의 수난을 다룬 작품들 중에서도 꼭 들어봐야할 작품이다. 구성은 두 개의 작은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어린이 합창단, 네 사람의 아리아, 그리고 예수, 유다, 베드로, 마리아, 등등의 배역이 있는데 가장 중요한 인물은 복음서를 읽어주며 작중 인물도 연기하는 에반젤리스트(복음사가)로 가장 유명한 에반젤리스트 중 한 명인 테너 마크 패드모어의 열연을 구경할 수 있다.

예수 역은 바리톤 크리스티안 게르하허, 그 외의 배역은 베를린 방송 합창단의 단원들이 맡고 있으며 유다 역을 맡은 단원에게 주목하실 것. 이 공연은 대단히 큰 성공을 거두었고 2년 뒤 필하모니홀에서 은퇴한 베이스 가수 토마스 크바스토프만 다른 가수로 교체돼 재상연되기도 했다. 마태수난곡에 이어 요한수난곡도 셀라즈 연출로 무대에 올랐으며 같은 예수의 수난기지만 약간 다른 시각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라는 점에도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웹스트리밍 서비스라서 출시된 디브이디와 달리 영어자막만 제공되고 있는데, 해석본은 고클래식 대본게시판에서 회원가입 없이 다운받을 수 있다. 영상은 유료 서비스이므로 베를린필 디지틀 콘서트홀 사이트에서 일주일간 이용할 수 있는 9.9유로 티켓을 결제하면 저 수난곡 외에 모든 영상을 기간 내 무제한으로 시청 가능하다.
글. 오경아(만화가)

커피프린스 1호점(VOD)

2007년은 꽤나 호시절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였으며, 아이폰이 출시된 해다. 원더걸스, 소녀시대, 카라 같은 그룹이 데뷔하면서 걸그룹 전성시대의 신호탄을 쏘았고, 연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8년여에 걸쳐 금융위기(IMF사태)를 극복한 정점에서 호황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해에 ‘커피프린스 1호점’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커피프린스 1호점’은 여러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지금 보면 그 때가 더 혁신적이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총천연 무지개색으로 빛나는 이상적인 세계를 보여줬다. 여성배우가 아주 많지는 않았지만 꽤 다양하고 입체적이었고, 각각의 배우들이 남자, 여자라기 보다는 ‘사람’으로 기능했다. 충분히 다양한 캐릭터가 나오면서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 부적절한 잣대를 함부로 들이밀지 않고, 뭐든 다 아는 듯 구는 사람들이 진실을 가장 늦게 알아차리고, 둔하게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향해 돌진하는 캐릭터들의 멋짐이 폭발했었다.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대부분 다른 이의 삶에 토달지 않는다. 상대에 대한 새로운 정보는 혼란을 가져오지만, 그 이후엔 성장이 있었다. 양념같은 중년의 로맨스도, 있는 그대로의 방식으로 그려졌다.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각자 자기로 존재하고, 추구하는 진실을 향해 조금씩 다가가기를 꺼려하지 않았던 이상적 세계. ‘왕자커피숍’이 ‘커피프린스1호점’으로 이름을 바꿔가던 딱 그 시기의 낭만.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한 청춘의 여름, 어느 여성 연출가가 완성한 세계.

한국 드라마에 열정을 불태웠던 적도 있었지만, 다시 즐거운 마음으로 꺼내볼 작품이 그리 많지 않다. 시간은 지났고 많은 남자배우들이 환상을 부수어놓았기 때문이다. 가장 푸르렀던 여름, 그 시절을 지나온 지금이 만족스럽진 않지만, 예전엔 그랬었지, 잊혀진 추억을 꺼내는 기분에, 그 시절 내 욕망이 어디있었는지, 지금은 그 때와 얼마나 다른 지 확인하기에 이만한 드라마가 없다.
글. 문주연(가정의학과 전문의)

익스플레인 세계를 해설하다 (넷플릭스)

많은 사람들이 이름은 들어본 것들, 또는 알고 있지만 딱히 관심 갖지 않았던 것들에 관한 안내서. ‘익스플레인 세계를 해설하다’는 인종 간 부의 격차부터 K-POP, 대마초, 여성의 오르가즘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하는 20여분의 영상들이다. 해당 분야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이야기를 하다 만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해당 주제마다 그 연원부터 현재의 논쟁점까지 이르는 솜씨는 많은 사람들에게 아는 척 하기 좋은 정보 모음과 TMI(Too much information) 사이의 적정선을 넘나든다. 무엇보다 특정 주제에 대해 백과사전식 지식이 아닌 역사적 흐름을 통해 정리하는 구성이 탁월하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뭘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는 크리켓이 21세기에 파격적인 변화를 통해 인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중 하나가 됐는지 보여주고, 느낌표가 탄생한 사회적 배경으로부터 지금의 이모티콘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오는 것을 보면 세계가 얼마나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익스플레인 세계를 해설하다’는 결국 세계는 늘 사소해 보이는, 소수의, 알려지지 않은 목소리가 점점 퍼져나가며 세상이 바뀌어간다는 것을 증명하는 작업이고, 그만큼 지금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소수자들의 입장이 전달된다.

미국의 흑인은 백인에 비해 평균적으로 가난한 것에 대해, 장애인은 DNA조작을 통한 질병 치료가 그들의 존재를 지워버리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타투를 받는 사람은 그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와중에 세상의 절반인 여성의 오르가즘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연구가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은 블랙코미디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정치적인 이슈부터 외계인과 점성술에 이르는 주제들이 쌓이다 보면 ‘익스플레인 세계를 해설하다’는 ‘알쓸신잡’ 같았던 세계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모아 세계를 보는 관점을 형성해 나간다. 지난 주 ‘익스플레인 세계를 해설하다’의 주제는 ‘정치적 올바름에 관하여’였고, 이번주는 ‘왜 여성은 더 적게 받는가’다. 이것이, 2018년의 세계다.
글. 강명석




목록

SPECIAL

image 최종범 사건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