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남자 연예인들│① 지금은 2018년

2018.10.02
보이그룹 젝스키스의 멤버 강성훈이 오는 13일~14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SDPO DOME)에서 열리는 ‘젝스키스 2018 콘서트-지금·여기·다시’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YG 엔터테인먼트는 이에 대해 “고심 끝에 개인 사정으로 불참하겠다는 뜻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결정이 있기 전 강성훈은 팬클럽 운영과 관련, 팬들과 마찰을 빚었다. 당시 그는 팬들에게 “부족한 부분은 내 지시하에 개선될 테니 (중략) 지금 이 순간부터 소설도 사양하고 막말대잔치 사양한다. 자제해라”는 내용의 편지를 썼고, 이는 팬들의 더 큰 반발을 일으켰다. 논란이 된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도 없었지만, 반말을 하며 무시하는 듯한 말투가 더 큰 문제가 됐다.

MBC ‘무한도전’에서 1990년대 인기 가수들을 재조명하는 프로젝트를 세 번에 걸쳐 진행한 뒤, 1990년대 가수들의 활동 재개는 한국 대중음악 산업의 중요한 흐름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젝스키스에 이어 보이그룹 H.O.T. 역시 ‘무한도전’을 통해 복귀했고, 젝스키스와 같은 날 콘서트를 할 예정이다. 그러나 1990년대 가수들 중에는 강성훈처럼 20여 년 사이 달라진 사회적 기준과 팬들의 정서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H.O.T.의 문희준은 자신의 20주년 기념 콘서트 직후 결혼 발표를 하는 과정에서 팬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디시인사이드 H.O.T. 갤러리는 문희준에 대한 지지 철회 성명서를 내며 콘서트에 결혼 예정인 소율을 초대하고서는 “(결혼) 안 해요. 전 여러분밖에 없어요.”라고 발언하거나, “자신이 먼저 방송 출퇴근길에 와달라고 부탁했다가 반경 8미터 이내로는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사진도 못 찍게 했다”는 점, 무성의한 공연의 완성도 등을 문제 삼았다. 1990년대에 인기 남자 아이돌은 팬에게 절대적인 존재처럼 여겨졌다. 가수가 팬들의 ‘오빠’를 자처하고 반말로 말을 건네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Mnet ‘프로듀스101’처럼 시청자가 투표를 통해 아이돌을 데뷔시키기는 경우까지 생겼다. 그 시절 ‘오빠’들도 시대의 변화를 체감해야 계속 사랑받을 수 있다.

그러나 1990년대에 인기를 얻었던 남자 연예인들이 달라진 시대상을 체감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강성훈, 문희준처럼 팬들과 직접 소통해야 하는 입장에 있는 가수를 제외하면, 1990년대 인기 남자 연예인들은 방송계 전체에서 과할 만큼의 관리를 받는다 해도 과언이 아닌 위치에 있다. SBS ‘미운 우리새끼’에서는 이상민, 김건모, 김종국 등 1990년대부터 활동한 남자 연예인들이 여전히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한, 철없는 남자로 묘사된다. 그들의 어머니는 나이 든 자신 대신 그들을 보살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며 아들의 결혼을 기대하고, 방송은 당연하다는 듯 그들과 최소 10살 이상 어린 여성들과의 로맨스를 만들어내려 한다.

JTBC ‘아는 형님’에서는 1970년생 강호동을 필두로 이수근, 이상민, 서장훈 등이 자신의 전성기를 이야기하고, 걸그룹 멤버가 출연하면 자신들 중 누가 가장 매력적인 것 같냐며 선호도를 조사한다. KBS ‘해피투게더’는 MC 유재석의 친구들인 예능인들과 함께 ‘전설의 조동아리’라는 코너를 만들기도 했다. 1990년대에 이름을 알린 예능인들로 구성된 이 코너에서 그들은 추억의 노래를 부르고, 옛이야기를 하며 과거를 돌이켜본다.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다. 이병헌은 tvN ‘미스터 선샤인’에서 김태리와 사랑을 하는 관계로 나온다. 1990년대 남자 연예인들은 2018년에도 TV에서 여전히 전성기처럼 묘사되고, 그와 함께 과거의 좋았던 시절 이야기들을 반복한다. 그들이 전성기를 이어가는 것 자체를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이 TV의 중심에 서면서 과거의 이야기를 반복하고, 1990년대의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는 것은 문제다. 강성훈에 관한 논란은 1990년대의 이른바 ‘오빠’ 마인드를 가진 스타가 현재의 팬과 부딪칠 때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다. ‘영포티(몸과 정신이 젊어 보이는 40대 남성)’, ‘오저씨(오빠와 아저씨의 합성어)’ 등 40대, 50대 남성들을 여전히 ‘젊음’, ‘오빠’의 이미지로 포장하는 단어들은 끊임없이 나오지만, 정작 TV에서는 그들에게 시대에 어울리는 상식을 갖추라는 요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1990년대 남자 연예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젊다는 인정이 아니라 ‘업데이트’다.

1990년대부터 활동한 여자 연예인들이 방송 환경과 맞물려 ‘업데이트’가 필수가 됐고, 그 결과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중요하다. 송은이는 여자 예능인을 좀처럼 출연시키지 않는 방송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그 결과 여성 예능인들이 중심에 선 프로그램들이 나오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남성들이 추억을 공유하며 여자 아이돌과 배우들에게 손 하트와 애교를 요구하는 사이, 이영자는 Olive ‘밥블레스 유’에서 정해인에게 자신이 만든 맛집 메뉴판을 선물하며 화제가 됐다. H.O.T., 젝스키스와 동시대에 활동한 걸그룹 핑클의 멤버 이효리는 JTBC ‘효리네 민박’에서 남편 이상순과 민박집을 운영하며 아이돌 이후에 만들어간 자신의 삶을 보여준다. 같은 팀의 동료였던 옥주현과 걸그룹 S.E.S의 바다는 뮤지컬 배우로서도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 여성들은 현재에 충실한 그들을 통해 중년에 접어든 그들의 현재 라이프스타일, 가치관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1990년대의 남자 연예인들 역시 이런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당장 정우성이 KBS 뉴스에서 직접적으로 공영방송 정상화를 언급하고, 유엔난민기구 홍보대사 입장에서 한국의 난민 문제에 관해 의견을 밝히자 사회적 이슈가 됐다. 계속 활동 중인 보이그룹 신화의 멤버 김동완은 신화의 컴백에 맞춰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너무 처절하게 상품화되는 여자 아이돌만 봐도 굉장히 가슴이 아프고, 저희 선배들도 반성을 하고 제작자분들도 자극이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조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기자들 앞에서 연예인이 직접적으로 사회 이슈에 대해, 특히 여성 이슈에 대해 입장을 드러내는 연예인 자체가 많지 않다. 또한 그는 공개방송에 온 팬들에게 “우리 신화창조 친구들이 이제 휴가 한 번 썼다고 잘리고 이럴 군번이 아니”라며 “다들 경력직, 간부, 이런 느낌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그는 신화의 팬들이 지금 사회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따라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이런 변화를 보여주기만 하면, 미디어는 그 사실을 크게 다룬다. 남자 연예인의 ‘업데이트’는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서 필수적인 노력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기존의 팬들은 물론 대중과 미디어까지 반가워하는 경향을 보이는 일이다. 바뀌지 않는 이유가 궁금할 정도다. 2018년에 “오빠가”로 시작하는 조언이 통할 리 없고, “부족한 부분은 내 지시하에 개선될” 것이 아니라 팬들 스스로 바꿀 일이다. 남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사회에 관한 지식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2018년의 현실 감각, 그것만이라도 갖추길 바랄 뿐이다.

글. 박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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