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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산행에 관한 세 가지 질문

2018.10.08
아직 산은 많은 사람에게 불모지나 다름없어 보인다. 특히 여성들은 당장 치안이 걱정되고 길을 잃지는 않을까, 나뭇가지에 상처를 입는 건 아닌지 걱정할 수밖에 없다. 벌레들은 또 어떤가. 여기에 살갗이 타는 건 어떻게 해야 할지 등 크고 작은 두려움에 관해 묻는다. 물론 산에서 강력 범죄와 성범죄가 일어난 적도 있다. 뱀과 진드기에 물리고 그 위험성을 알리는 뉴스 보도 또한 매해 봄이면 줄을 잇는다. 이런 이야기들은 산행 경험이 많은 내게도 때로 상당히 무섭고 두려운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일은 발생 확률이 매우 낮다고 얘기할 수 있으며, 진드기처럼 외부적으로 발생하는 자연 속 위험 요소는 예방도 가능하다. 이런 위험 요소들에 관한 질문들 중에서 평소에 여성들에게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 3가지를 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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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혼자 하는 산행, 괜찮은가요?

‘여자 혼자 산행해도 될까요’라는 질문을 처음 받았을 때 순간 속으로 내뱉은 말은 ‘어떡해…’였다. 대부분 이런 질문은 둘 중 하나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공포를 느낀 적이 있거나 혼자 어떤 일을 해본 경험이 적을 때. 나 역시 첫 ‘혼산(혼자 하는 산행)’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괴한이 나타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컸다. 그러나 두려움을 안고서도 산행은 마칠 수 있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성취감이 느껴졌다. 다음번 혼산도 마찬가지였다. 아무 일 없이 잘 다녀왔다. 그렇게 계속 부딪히며 자연스럽게 극복해갔다. 개인적으로 혼산의 두려움은 이렇게 극복했다. 첫 번째로, 산행 내내 친구 등에게 수시로 연락해 나의 위치와 상태를 알렸다. 비록 곁에는 없지만, 메신저로라도 상대방의 존재를 느끼면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 또, 국립공원의 산들은 통신망이 잘 갖춰져 있어서 휴대폰 사용이 쉽다. 크고 유명한 산일수록 더 잘되어 있다. 두 번째로 지역과 상관없이 주말을 이용해 국립공원의 산들로 갔다. 국가가 지정해 관리하는 국립공원은 일반 산보다 등산객이 많다. 등산로 정비도 잘되어 있어서 도심과 비슷하게 친근함과 편리함을 느낄 수 있다. 등산객이 더 많이 몰리는 주말을 이용한다면 두려움 지수는 확 낮아진다. 마지막으로 등산 코스는 가장 유명하고 짧은 곳으로 선택했다. 만약의 상황에서 서둘러 내려오거나 도움 요청이 쉬운 상황을 미리 만드는 것이다.

Q. 체력이 약한데… 정상까지 오르는 게 가능한가요?
산행은 높낮이 차이가 큰 길을 일정한 속도로 이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근력이 많이 필요하다. 질문처럼 체력이 약하면 원하는 만큼 오를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천천히 단계별로 오를 것을 바라지만, 대부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되묻거나 “그래도 정상에 오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이럴 때마다 등산이 운동으로 잘 인식되지 않는 점이 매우 아쉽다. 또 한국의 정상 등정 문화는 엘리트 위주의 사회 분위기를 고스란히 따라서, 정상에 서지 않으면 실패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 같다. 가뜩이나 경쟁 사회로 모두가 피로함을 느끼는데, 등산하면서까지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니. 씁쓸하고 안타깝지만 10명 중 9명이 산은 정복했을 때의 성취감 때문에 가는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공감하기 어렵다. 내가 아는 등산은 심신의 질적 성장을 가장 쉽고 빠르게 돕는 운동이다.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자연과 교감하며 새로운 성취와 자극을 받는다. 매회 산행 기록은 나름의 성공이 되어 쌓인다. 만약, 정말 체력이 부족해서 시작을 못 한다면 체력을 키우는 방법으로 선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즐겁게 산행하기 위해서는 정상 등정의 목표를 빠르게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다음 목표를 정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최대 거리를 그때그때 기록해보길 권한다. 즉, 특정 코스를 지정한 뒤 가능한 곳까지 몇 차례 오르고 내려오길 반복하면 산 지형에 몸이 자연스럽게 적응해 자신감이 붙는다. 사실 이때부터가 진짜 산행의 재미를 느끼는 때이다. 게다가 이 즐거움은 매주 1회씩 한 달만 해보면 충분히 느낄 수 있다.

Q. 자외선 차단은 어떻게 해요?
여름이 되면 거의 매일같이 이런 질문을 받는다. ‘좀 놔두세요!’, ‘신경 좀 덜 쓰시면 편해요!’라고 말하고 싶은데, 이런 속마음은 사실 드러낼 수가 없다. 저 질문을 왜 하는지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여성이라면 모를 리 없다. 자외선 차단은 보통 두 가지 이유로 권장한다. 안티에이징과 암 예방. 자외선이 기미, 주근깨, 노화, 피부암을 유발한다고 잔뜩 겁을 준다. 정말 겁내야 할 일인지 의문이 들어서 이것저것 찾아보면 역시 겁만 줄 뿐 다른 방법과 사례는 드물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여름을 가장 좋아하는 나로서는 고스란히 자외선의 위험에 노출된다. 반대로 많은 사람이 민소매를 입고 산행하는 나를 부러워하거나 자외선 차단에 어떠한 노하우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노하우는 없다. 선스크린은 화상 방지를 위해 바른다. 살갗이 타고 건조하면 수분 마스크팩 하나 붙이는 게 전부다. 문득 재작년 가을에 난생처음으로 눈가 주름이 그대로 보이는 사진을 SNS에 올린 일이 떠오른다. 올리기 전까지 수백 번을 고민했는데, 이유는 내가 늙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늙는 건 당연한데 왜 이렇게 받아들이기 어려운지. 당시 사명감 없이 얼굴 공개는 어렵다고 생각할 때 마침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는 해외 여성들을 SNS로 보면서 작게나마 용기를 얻었다. 실제로 얼굴을 공개하자 사람들은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예쁘다고 호응을 하는 것이었다. 바로 짜릿했지만, 꽤 허무했다. 하지만, 이후로 더는 내 얼굴이 겁나지 않았다. 사실 나는 등산하면서 외모에 대한 해방감을 많이 느낀다. 이건 외모를 넘어서 스스로 자신의 잠재력에 고무되는 감정과 비슷하다. 그래서 일상과의 단절이 가능한 산행을 꾸준히 하는 것이고, 수많은 이의 염려에도 여름이면 태닝 라인을 만들며 나의 세계관을 드러낸다. 모두에게 나처럼 하라고 권할 수는 없지만, 내려놓는 것이 마음을 훨씬 더 편하게 한다는 건 분명히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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