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북지코 vs 남지코

2018.10.10
©지코 인스타그램
지난 2일 청와대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평양에서 열린 ‘2018년 남북정상회담’의 B컷이 올라왔다. 그 중 화제가 된 것은 북한 연주자들 앞에서 랩을 하는 지코의 모습이었다. 무대를 휘저으며 랩을 하는 남한의 청년과 그를 곁눈질 하는 북한 사람들. 피식 웃음을 자아내기는 했지만, 그 자체로 2018년의 남북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지코가 이번 방북일정의 특별수행원으로 선정되고, 김정숙 여사가 직접 리설주 여사에게 ‘방북단에서 가장 핫한 사람’이라고 그를 소개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북지코’라는 별명이 생겼을 만큼, 북한에 간 지코의 일거수일투족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당시 한국을 시작으로 일본, 유럽을 도는 첫 단독 콘서트 ‘지코 킹 오브 더 정글 투어’ 일정을 소화 중이던 그는 갑작스럽게 특별수행원으로 선정되며 래퍼가 아닌 말끔한 청년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덥수룩한 머리를 자르고 정장을 차려입은 그의 모습을 낯설어한 것은 오히려 남쪽의 사람들이었다. 악동 이미지가 강한 아이돌 그룹 블락비의 리더이자 프로듀서, 그리고 Mnet ‘Show Me The Money’에 출연하며 래퍼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준 그에게서 뜻밖에도 평범한 20대 청년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미처 몰랐지만, 이 또한 지코였다. 북한에 가기 전 녹화한 것으로 보이는 KBS ‘대화의 희열’ 3회에서 그는 지코이자 우지호인 자신에 대해 말했다. 어른들을 비롯해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고 70-80년대 음악을 즐겨듣는다거나, 살아남기 위해 곡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로인해 부와 명예를 얻었지만 이를 과시하는 스웩에는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들. 어찌 보면 래퍼와는 어울리지 않는 성격이지만, 지코는 이것도 자기 자신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20대 후반이 된 지금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들이 보는 나’의 차이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기도 한다. 래퍼로서 주목받기 시작할 때 썼던 공격적이고 직설적인 가사를 돌이켜보며 ‘나는 생각보다 강한 사람이 아닌데 고슴도치처럼 나를 지키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남들이 정의하는 자신에게 쉽게 갇히지 않는, 치열한 청춘의 모습이었다.

래퍼는 현재 대한민국 10대들이 가장 꿈꾸는 장래희망 중 하나고, 지코는 ‘Show Me The Money’를 통해 그들의 간접적인 멘토 역할을 하거나 멋진 무대로 대리만족을 안겨주곤 했다. 이것이 남한 사람들에게 익숙한 ‘남지코’라면, 평양냉면을 먹고 솔직하게 감탄하거나 북한 마트에서 ‘참깨쵸콜래트’ 과자를 사고 남북정상회담 회장 앞에서 해맑게 인증샷을 남기는 ‘북지코’는 남북 사람들에게 모두 새로운 모습이었다. 예의를 차리면서도 결코 기죽지 않은 채, 자신에게 주어진 특별한 기회를 즐겼다. 이것이 바로 지금의 20대다. 11년 만에 마주한 남과 북은 너무나 달라졌고, 이런 격차를 미처 좁힐 새도 없이 통일은 성큼 다가왔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과 상관없이 자신으로서 살아가는 청춘은 어디서나 빛난다. 북한에 간 지코가 우리에게 보여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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