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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아이즈(ize)
  • 입력 2016.08.1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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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예능

최근 자주 언급되는 용어 중 하나는 ‘아재(‘아저씨’의 낮춤말)’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 3월 16일 자 방송에서는 현아의 뒷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는 셰프들의 표정이 비춰졌고, JTBC 측은 이 영상을 포털사이트에 공개하며 “현아의 ‘매혹적 뒤태’에 아재들 침 질질… 단체 경고!”라는 제목을 달았다. SBS [토요일이 좋다] ‘백종원의 3대 천왕’(이하 ‘3대 천왕’)은 백종원이 “(파인애플은) 좋은 사과라는 얘긴가요?”라고 실없는 농담을 하자 ‘아재 개그 경보’라는 자막과 함께 “아재 개그가 되게 열풍”이라는 김준현의 발언을 내보냈다. 공중파와 종합편성채널,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는다. 요즘 예능 프로그램의 중심은 아재, 즉 40대 이상의 중년 남성이다. tvN [수요미식회]와 [어쩌다 어른], JTBC [아는 형님]처럼 2015년부터 편성된 방송은 물론, KBS [해피투게더 3]와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 [무한도전]처럼 비교적 역사가 긴 예능들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중년 남성들이 출연하고, 썰렁한 코미디가 문제는 아니다. 심각한 문제는, 방송이 분위기나 기준을 중년 남성들에게 맞춰놓고 그 외의 사람들을 들러리처럼 취급하는 것이다. 잘 익은 삼겹살을 설현의 뒤태 같다고 표현했던 ‘3대 천왕’에는 매회 걸 그룹 멤버처럼 젊은 여성이 ‘먹요정’으로 출연해 노래와 춤, ‘먹방’을 선보이고, 이들을 웃으며 바라보는 이휘재와 백종원 등의 모습 위로는 ‘아빠 미소’라는 자막이 달린다. [해피투게더 3]의 ‘1박 2일’ 특집에서는 엄현경이 한자리에 있음에도 ‘1박 2일’ 멤버들과 MC들 모두 김종민의 주요 부위 왁싱에 대한 노골적인 농담을 꽤 오랫동안 나누며 낄낄거렸다. 아재들끼리 모인 예능에서 어린 여성은 보기에 흐뭇한 대상이고, 아재들은 누군가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는 이야기조차 서슴없이 한다. 그러나 이처럼 불쾌한 장면들은 늘 웃음으로 무마되며, 다른 한편으로 아재란 불쌍한 존재로 그려진다. [무한도전]의 ‘나쁜 기억 지우개’ 편에서 정준하는 조정민 목사에게 “아내도 집에서 애기 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이라면서도 “요즘은 (내가) 일하는 소”라며 가장으로서 자신의 희생을 더욱 강조했다. 이것은 가정 안에서 반복되는 아내의 노동을 가치절하 하는 발상이지만, 대부분의 예능에서 중년 남성 외 가족 구성원들의 어려움은 언급될 기회조차 없다. 마음껏 고충을 털어놓고 위로받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아재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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