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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아이즈(ize)
  • 입력 2016.10.2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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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짤 vs 고양이짤

온다 리쿠의 단편 ‘충고’는 다음과 같은 편지로 시작된다. “안녕하세오 신세 만아오 주인님 산책 공놀이 늘 고맙스이다.” 소위 ‘세오체’를 유행시킨 소설 속 반려견 존의 이 편지를 지배하는 정서는 두 가지다. 주인에 대한 애정, 그리고 주인에게 경고와 자기 사연을 오가며 전달하는 산만함. SNS를 통해 공유되는 개의 사진이나 짧은 동영상(이하 개짤)에서 느껴지는 정서도 이와 거의 동일하다(‘충고’와 짝을 이루는 ‘협력’에서 고양이는 “사료 별로 사실은 시러 매일 닥가슴살로”라며 투정을 부렸다는 것은 굳이 문제 삼지 않겠다). 한 개짤에 나오는 강아지는 공과 나뭇잎, 개미 등 온갖 것들에 산만하게 정신을 빼앗기다가 이 장면을 화면에 담는 사람을 발견하고 그곳을 향해 뛰어간다. 털이 북슬북슬한 강아지는 그 자체로 귀여운 피사체지만, 개짤이 특별한 건 세상에 대한 개의 충만한 호기심이 사람에게 와 닿는 접점의 순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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