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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감독의 특제 소스로 버무린 신박한 맛, '닭강정'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취향 따라 호불호는 나뉠듯

사진=넷플릭스
사진=넷플릭스

지금까지 이런 웹툰 원작 드라마는 없었다. 이것은 웹툰인가 드라마인가.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2009)의 이병헌 감독이 이번엔 닭강정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돌아왔다. 박지독 작가의 동명 웹툰에 이병헌 감독이 코미디 양념을 덧바르니 어디서도 맛본 적 없는 코미디 드라마가 탄생했다. ’극한직업‘이 관객 1,600만 명을 모으며 전국에 치킨 열풍을 일으켰다면, 넷플릭스 드라마 ‘닭강정’은 세계적으로 닭강정 열풍을 몰고 올 수도 있을 듯하다. 

‘딸이 닭강정으로 변했다.’ 황당하기 짝이 없는 스토리다. ‘닭강정’ 홍보 영상만 잠깐 봐도 캐비닛처럼 생긴 기계에 들어간 배우 김유정이 조그마한 닭강정 한 개로 바뀐 모습을 보고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드라마 ‘닭강정’은 닭강정으로 바뀐 딸을 되찾기 위해 아빠이자 모든기계 사장 최선만(류승룡)과 직원 고백중(안재홍)이 기계의 비밀을 밝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원작에 버무려진 장르를 특화해 직장 코미디, 미스터리 스릴러, 패러디, SF, 사극, 판타지로 쭉쭉 뻗어나간다.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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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닭강정’ 원작은 박지독 작가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네이버 웹툰에 연재한 작품이다. 신인 웹툰 작가 등용문으로 꼽히는 네이버 웹툰 지상최대공모전 1기(2019년) 장려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단순한 그림체에서 베어 나오는 개그, 말도 안 되는 것 같으면서 스릴 넘치는 전개는 독자들에게 이상한 재미를 불러일으키며 ‘병맛 웹툰’의 대표작으로 떠올랐다. 원작 웹툰의 독특한 정서를 영상으로 어떻게 옮기느냐가 드라마 ‘닭강정’의 관건이었을 것이다.

이병헌 감독은 원작 웹툰에 감독의 전매특허인 코미디 소스를 더해 원작의 병맛을 기상천외한 병맛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원작의 큰 흐름을 따르되 세부 설정을 살짝 바꾸고 살을 붙여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뮤지션을 꿈꾸는 백중이 만든 익살스러운 노래들, 등장인물들이 감독의 전작 ‘멜로가 체질’을 언급하는 장면은 드라마 ‘닭강정’만의 묘미다. 원작보다 힘이 실린   조선시대 장면, 원작과 달라진 주요 인물의 미래 모습은 웹툰을 본 시청자들까지 설득한다. 

사진=넷플릭스
사진=넷플릭스

이병헌 감독 사단의 팀플레이는 드라마 ‘닭강정’의 윤기를 담당한다. 이병헌 감독의 대표작 ‘극한직업’의 류승룡과 ‘멜로가 체질’의 안재홍이 주인공을 맡아 강력한 코미디 콤비를 이루고, 이병헌 감독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이병헌 감독의 차진 대사의 말맛을 살리며 웃음을 선사한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배우들의 몸 개그까지 튀어나와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류승룡과 안재홍, 코미디 연기의 강자들이라 할 수 있는 두 배우의 연기는 따로 또 같이 웃음을 견인한다. 닭강정을 애지중지하는 황당한 연기도, 과도한 설정의 연기도 천연덕스럽게 소화하는 두 배우를 보고 있노라면 존경심이 저절로 생긴다. 표정, 몸짓, 대사 한마디로 웃음의 농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류승룡과 오버페이스 하지 않고 적정선을 지킨 안재홍의 연기는 ‘닭강정’에서 시청자들을 붙드는 물엿과 같은 역할을 한다. 

사진=넷플릭스
사진=넷플릭스

‘닭강정’ 출연진의 조합은 포장 상자 안에 먹음직스럽게 담겨 군침 돌게 하는 닭강정의 비주얼을 떠올리게 한다. 연기파 배우 유승목과 ‘이병헌 감독 사단’ 배우 정승길이 미친 과학자 콤비를 맡아 류승룡-안재홍 콤비와 불꽃 튀는 연기 접전을 펼친다. 김남희는 능청스러운 연기로 단역에 가까웠던 모든기계 직원 김환동 캐릭터를 생생하게 살려냈다. 닭강정 맛집 ‘백정 닭강정 4인방’을 연기한 김태훈, 황미영, 정순원, 이하늬의 활약은 후반부로 갈수록 상상을 초월하니 기대해도 좋다. 박진영, 정호연, 문상훈의 굵직한 특별 출연, 이병헌 사단 배우들의 우정 출연이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이상해, 보게 돼.” 드라마 ‘닭강정’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대사가 아닐까 싶다. 드라마를 보면서 계속 되뇌게 될 말일 수도 있다. ‘극한직업’이 지극히 대중적인 입맛을 겨냥했다면, ‘닭강정’은 민트초코를 좋아하는 ‘민초파’처럼 입맛 따라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본인의 레시피대로 대중친화적인 맛을 최대한 구현하고자 한 이병헌 감독의 노고가 느껴진다. 한국 코미디 드라마에서 취향의 다양성을 이만큼 시침 뚝 떼고 드러내기도 쉽지 않다. 한입 먹으면 자꾸 집어 먹게 되는 닭강정처럼 드라마 ‘닭강정’의 별미에 빠진다면 계속해서 보기의 매력에도 빠져들 것이다. 총 10화, 각 화마다 30분 남짓 분량이어서 부담도 없다. 보는 내내 닭강정 먹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건 물론이다. 아직 ‘닭강정’을 보지 않았다면 닭강정 주문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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