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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감독, '닭강정' 일단 잡숴봐! "욕 참고 보면…" [인터뷰]

/사진=넷플릭스
/사진=넷플릭스

"'닭강정', 욕하는 데도 다 이유가 있으니 봐주세요."

지금까지 이런 B급 병맛 코미디는 없었다. 충무로 스토리텔러 이병헌(43)이 '닭강정'으로 '극한직업' 감독 편을 썼을 정도로 역대급 시도를 수놓았다. 

앞서 1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닭강정'은 영화 '극한직업'(2019년)으로 '역대 흥행 2위' 기록을 자랑하는 이병헌 감독의 신작. 그는 1,626만 명을 동원한 '극한직업'을 비롯해 '스물'(2015), 드라마 '멜로가 체질'(2019) 등으로 '말맛' 코미디의 대가로 인정받았다.

새롭게 선보인 '닭강정' 역시 이병헌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담당했다.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으로 변한 딸 최민아(김유정)를 되돌리기 위한 아빠 최선만(류승룡)과 그녀를 짝사랑하는 고백중(안재홍)의 '신계(鷄)념' 코믹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사람이 닭강정이 된다'라는 기발한 소재를 다루며, 박지독 작가의 2019년 동명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닭강정'에 펼쳐낸 이병헌 감독은 18일 아이즈(IZE)와의 인터뷰에서 "호불호는 당연히 예상했다. 불호에도 다 이유가 있으니 한 번 보시면 재밌게 즐기실 수 있을 거다"라며 결이 다른 코미디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음은 이병헌 감독과 일문일답.

Q. 원작 소재가 어찌 보면 난해할 정도로 독특해서 화제였는데. 어떤 면에 끌려 연출을 결심했나.

"'닭강정'은 제가 제안을 한 게 아니라, 제작사에서 (실사화할) 이런 웹툰이 남아있는데 감독님이 재밌어하실 것 같다며 한 번 보라고 해서 접하게 되었다. 그게 저를 낚으려는 일종의 낚시였던 거 같다(웃음). 그렇게 원작 웹툰을 봤는데 저도 처음엔 '말이 안 되는데?' 싶었다. 근데 '이게 뭘까, 이게 뭘까' 하면서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끝까지 봤다. 원래는 웹툰을 한 번에 다 못 보는 편인데도. '말이 안 되면 더 재밌는 거 아닌가?' 별별 생각이 다 들면서 머릿속에서 '닭강정'이 떠나질 않았다. 결국 당시 웹툰이 완결된 상태가 아님에도 '해봅시다' 했다."

Q. 매력을 느꼈다 한들 실사화로 구현한다는 건 다른 차원의 얘기이고 상당한 각오가 필요하지 않나. 무엇이 이병헌 감독을 끓어오르게 만들었나. 

"'닭강정' 제작 당시가 '극한직업'과 '멜로가 체질' 직후였다. 그때를 생각해 보면 지금과 정서적으로 아주 다른데, '도전적인 무언가를 해야겠다' 하는 강박 비슷한 게 있었던 것 같다. 그 생각이 왜 날 지배했는지는 모르겠다. 전작인 '멜로가 체질'이 조금 다른 결의 작품이었고, 다른 형태의 사랑을 받았으니 또 다른 형태의 사랑을 받기 위해선 '닭강정'이 돌파구가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무 새롭게 느껴졌다. 나 역시 못 할 거 같지만, 다른 아무도 못 할 어려운 작업이란 생각에 오히려 도전해 보고 싶었다. 이상한데 보게 되고, 몇 년이 지나도 아무도 하지 않을 거라는 게 저한테는 매력이었다. 실제로 이 웹툰은 아무도 건드리는 사람이 없었다."

Q. '닭강정'으로 B급 '병맛'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냐. 실험적인 작품에 뛰어든 궁극적인 목적이 궁금하다.

"내가 해왔던 것들과는 다른 작품이었고, 시장 전체를 봤을 때 많이 봐오지 않은 신선한 접근이었다. '이걸 왜 만들어야 하지?', '이 작품이 왜 있어야 하지?' 했을 때 '다양성의 접근' 때문이었다. 이러한 데이터가 어느 정도 쌓인다면 다양한 형태의 제작 기회가 열리는 것이니까 저한테도 그렇고 업계에서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거라 봤다. 지금은 장르가 너무 한정되어 있고 다른 어필이 제한적이기에, 신선한 시도도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지점에서 '닭강정'이 잘 맞아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Q. '역대 흥행 2위 감독'이기에 '닭강정'을 택한 도전 정신이 더욱 빛나는 것 같다. 수식어가 주는 무게감이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또 '닭강정'의 의미를 짚어준다면. 

"저한테는 엄청난 원동력이다. '극한직업'이 없었으면 과연 '닭강정'을 할 수 있었을까. 투자를 떠나서, 이 어려운 걸 내가 못했을 거 같다. 오히려 안전한 걸 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도 안 하는 '닭강정'을 내가 한다고 했던 건 '극한직업'의 성과가 있어서였다. 당연히 저한테는 크게 (긍정적으로) 작용을 하고 있는 작품이다. 다만 '극한직업'의 성공은 여러 가지로 유혹적인 면이 컸다. 솔직히 말하자면 '극한직업' 연출이 제일 쉬웠다. 쉽게 풀려가는 이야기 구조이다 보니 내가 막 유니크하게 연출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대본 안에 다 있었다. '극한직업'이 뇌가 많이 쉰 작품이었던 반면, 거꾸로 '닭강정'은 계속 고민을 해야 했고 사람을 너무 피곤하게 만든 작업이었다. '극한직업' 같은 작품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재미가 확실히 있었고 대중적인 성취가 있었지만, 도전적인 면에선 '닭강정'이 훨씬 성취감이 있다."

Q. 성취감이 큰 만큼 작업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물리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정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고민은 촬영할 때보다 글을 쓸 때 더 많았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왔고, '큰일났다'라는 생각도 했다. 얼굴이 빨개진 적도 있다. '이걸 어떻게 해, 되게 이상한데' 싶었지만 그렇다고 원작의 색깔이나 톤을 바꿔선 안 됐고 지금 멈출 수는 없었다. '얼굴이 빨개져도 해야 할 건 해야 한다' 혼자 그랬다. 또 '현타'를 어떻게 이겨냈냐면 '내가 이 작품을 왜 선택했지?' 되물었을 때 '재미' 때문이었으니까, 그거만 보고 갔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호불호가 갈릴 건 이미 예상했고. 다행히 현장에선 아주 어렵지 않았다. 다만 연기 톤이 몇 단계 올라가야 하니까 배우들이 걱정이었다."

Q. 원작의 색깔을 살리려 한 이유는 무엇이냐.

"처음엔 상당히 망설여지긴 했으나, 저는 사실 재밌다고 느꼈고 좋아하는 분들에겐 이 웃음 코드가 통할 거라 봤다. 원작이 가진 버라이어티 한 코미디적인 퍼포먼스가 이 작품만의 장점이었다. 의외로 제 전작들은 교과서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근데 이번엔 여기에서 벗어나서, 너무 어지럽게는 말고 이해가 되는 선 안에서 개성 있게 꾸며보자 한 거다. 그렇다면 긴 러닝타임은 어울리지 않아서 30분 내외로 10부작으로 간 것이고. 만화적인 분위기에 (오글거려) 절대 밀리지 않겠다 다짐했기에, 9회의 '핵' 'BTS(방탄소년단)' '미사일' '사슴' 장면이 탄생할 수 있던 거다(웃음). 이 신 하나 갖고도 며칠을 고민했는데, 뺄까도 싶었지만 그러면 후회할 것 같아 처음 생각대로 넣었다. 우리가 표현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 우월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원작자가 손가락을 4개 그렸듯이 뭔가를 더하지 말고 덜지도 말고 원작의 색깔을 고수하자가 처음부터 한 결심이었으니까. 원작 핑계를 많이 대면서 시도했다. 배우들은 안무실까지 잡아서 연습하고 있는데, 내가 '쫄았다'는 걸 티 내지 말고 어떻게든 해보자 했다."

Q. 명품 배우 류승룡, 안재홍의 열연이 크게 한몫했다. 어떤 디렉션을 주었나.

"촬영 들어가기 전, 만화적이고 연극적인 톤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다. 과감하게 배우분들이 바로 만들어오셨다. 현장에서 두 분의 연기를 보자마자 마음속으로 매우 위안이 되었다. 제게 말은 안 했지만 '닭강정'은 배우들한테도 용기가 필요한 작품이었고, 표현하면서 부끄러운 순간도 있었을 거다. 조마조마하고 쫄리는 부분이 분명 있었을 텐데, 근데도 류승룡과 안재홍이 무척 진지하게 임했다. 우리 모두가 '쫀 거 절대 티 내면 안 돼' 하는 마음이라 가능했던 거 같다. 만든 사람들은 정말 진중하게 접근하고 작업한 작품이다. 주연 배우분들이 이미 이렇게 잘 이끌어주시니, 잠깐 나오는 분들도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다. 류승룡, 안재홍에게 정말 감사한 일이다. 저는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디렉션 한 게 별로 없다."

Q. 류승룡, 안재홍 콤비의 활약도 놀라웠지만 '국민 여동생' 김유정에겐 손가락 욕설을 시켰다.

"하하. 자꾸 원작 핑계로 도망가는 것처럼 보이는데, 손가락 욕은 원작에 있던 장면이다. 그걸 영상화한다고 했을 때 굉장히 아름답게 찍힐 거라 생각은 했다만, 이토록 아름답게 나오다니. 김유정 배우 본인도 싫어하진 않더라. 저 그 신 진짜 진짜 좋아한다. 김유정은 정말 운 좋은 캐스팅이었다. 현장에서도 베테랑 면모가 있더라. 분명 최민아 역할이 어려울 텐데도 전혀 거리낌 없이 뚝딱해 내는 게 선배님처럼 느껴졌다."

Q. '오징어 게임'이 낳은 '월드 스타', 정호연의 특별출연은 어떻게 성사된 것이냐. 안재홍의 구 여친(여자친구) 홍차 역할을 맡긴 이유는.

"정호연은 '오징어 게임' 이전부터 친분이 있었고, 잘 됐을 때 지인들끼리 무척 좋아하고 그랬다. 내가 '닭강정'이란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니까, 정호연이 재밌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어울리는 게 있으니 대본을 봐라 하고 준 거다. 저는 특별출연이라고 해서 무작정 부탁하진 않는다. 어울려야 섭외하는데, 뭐랄까 정호연한테 그런 지점이 있었다. 정호연이 긴 호흡의 대사를 해본 적이 없어서 부담이 됐는지, 정말 준비를 잘 해오셨다. 저도 깜짝 놀랐다. 안재홍과 티키타카가 제 예상보다 더 재밌어서. 이 안재홍의 과거 신들이 사족으로 안 좋게 보실 수도 있는데 저한테는 꼭 필요한 이야기, 작품의 주제와 맞물리는 대립과 중재에 관한 내용이라 중요했다. 정호연 덕분에 무척 잘 나왔다."

Q. '닭강정' 속에서 '멜로가 체질'을 PPL 하여 웃음을 선사하지 않았나. 근데 실제로 아직도 온라인상에선 상수 역할로 특별출연했던 손석구의 연기가 회자되고 있다. 본격적으로 재회해 볼 생각이 없는지 궁금하다.

"저도 영상이 뜨는 걸 봤고, 화제가 돼서 기뻤다. 손석구랑 섹시한 거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갖고 있다. '닭강정' 촬영 때 바로 옆 세트장이 손석구의 '살인자ㅇ난감' 팀이었다. 당시 손석구와 잠깐 만나 얘기도 나눴다. 나중에 재밌고 섹시한 거 한 번 해보자 그랬었다."

Q. 차기작인 새 드라마 '다 이루어질지니'에선 '스타 작가' 김은숙 작가와 협업하는데. 짤막한 소회를 들려달라.

"작가님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 대본도 재밌고 굉장히 치밀하게 작업하시는 부분도 있고, 제 입장에선 볼거리가 매우 많다. (김)우빈이와는 '스물' 이후 재회해서 반갑게 찍고 있다."

Q. 코미디 장르는 앞으로도 도전할 계획인가.

"코미디는 제가 좋아하는 것이고 그나마 잘할 수 있는 것이라 진입했는데, 그러다 보니 계속 코미디를 하게 되었다. 제 작품들이 말투 때문에 다 비슷하다 느끼시는데 사실 저는 제 안에서 계속 다른 것들을 해왔다. 이제는 작품이 쌓이고 경험치가 학습된 상태이니 코미디 장르를 떠나서 괜찮은 이야기, 할만한 얘기를 만나면 도전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보고 있다. 실제로 제가 써놓은 시나리오 중에 코미디물이 아닌 것도 있다."

Q. 끝으로 '닭강정'을 아직 안 본 시청자들에게 한마디 남긴다면.

"러닝타임이 길지 않아서 좀만 참고 보시면 된다. 욕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으니, 잘 한번 보시면 재미가 있을 거다. 조금만 참아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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