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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dit 한수진(칼럼니스트)
  • 입력 2024.03.28 10:50
  • 수정 2024.03.2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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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ㅣ머리는 차갑고 가슴은 뜨거워지는 SF대작 ⓷

지적욕구 자극하지만 결코 난해하지 않은 흥미진진한 여정

사진=넷플릭스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삼체’는 인류와 외계 문명 간의 상호 작용을 통해 과학, 철학, 그리고 ‘인류 존재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작품의 주된 소재나 배경은 영화 ‘인터스텔라’나 ‘마션’처럼 공상과학의 폼을 보여주지만, 등장인물들의 다단한 캐릭터가 다차원적으로 확장되며 휴머니즘도 동반한다. 밀도 높은 스토리라인, 그리고 이를 신(scene)으로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심미적인 CG 역시 화면을 경이롭게 채운다.  

‘삼체’는 중국의 유명 SF 작가 류츠신이 쓴 동명의 스테디셀러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류츠신은 이 작품으로 'SF소설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휴고상을 아시아 최초로 수상했다. 휴고상을 받은 작품인 만큼 ‘삼체’의 줄거리는 치밀하고 흡입력 있다. 

공상과학이라는 꽤나 까다로운 소재를 영상화하기 위해 모인 제작진의 면면도 상당하다. HBO 판타지 시리즈 ‘왕좌의 게임’의 제작진 데이비드 베니오프와 D.B. 와이스, ‘트루 블러드’의 프로듀서 알렉산더 우가 제작 및 각본을 맡았다. ‘왕좌의 게임’은 방대한 대서사시와 고도의 CG 기술로 세계적으로 흥행한 작품이다. 총 8개의 시리즈를 10여 년에 걸쳐 전개했고, 모든 편이 사랑 받았다. 다소 낡은 표현이지만 ‘삼체’는 ‘어벤져스의 집합’이라는 기대점으로 조명되는 작품이다. 

사진=넷플릭스 

‘삼체’는 1960년대 중국의 젊은 물리학자 예원제가 내린 운명적 결정이 시공을 뛰어넘어 현재의 유수 과학자들에게 불가사의한 영향을 미치고, 다섯 명의 과학자들이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위협에 맞닥뜨리며 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1966년 중국의 문화대혁명에서 시작해 400년 후 인류와 외계 문명(일명 삼체)의 전면전까지 이야기를 이어가는 SF 대서사시다.  

예원제가 외계 문명을 지구로 불러들이면서 발생하는 인류의 혼란과 딜레마가 이번에 공개된 넷플릭스 ‘삼체’ 시리즈의 주 내용이다.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시점 분화가 잦게 이뤄지는데, 예원제라는 인물 중심으로 유연한 시점 변화를 오간다. 

예원제, 그리고 그와 뜻을 함께하는 집단은 삼체를 ‘마이 로드(My Lord)’, 즉 신이라 칭한다. 인류를 구원해줄 절대적 존재로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순식간에 인류 위협이라는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변질된다. 삼체는 인류보다 앞선 기술력으로 4광년이나 떨어진 거리에서도 지구에 혼란을 일으킨다. 삼체가 지구에 당도하는 시간은 400년 후지만 그들의 역습은 이미 시작됐다. 과감하고 노골적인 방식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끊임없이 상기시키며.  

사진=넷플릭스
사진=넷플릭스

‘삼체’는 인간과 외계 문명 간의 상호 작용을 통해, 우주와 인류의 한계를 탐구한다. 특히, 기술 발전이 인류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 이점과 위험을 다루면서 과학과 윤리의 딜레마를 흥미롭게 조명한다. 이 작품이 더욱 특별한 건 등장인물을 통해 우정, 사랑 등 휴머니티에 대한 다양한 사고도 담아낸다는 점이다. 시한부인 윌리엄이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순애보는 애틋하게 '삼체'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삼체'는 시각적으로도 독창적이고 심미적이다. CGI와 실사를 혼합해 우주의 광활함과 외계 문명의 기묘함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특히, 과학적 개념들을 시각적으로 구현해 복잡한 이론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여기에 색채와 조명을 통해 각기 다른 시간대와 문명의 분위기를 세밀하게 구분 짓고, 감정의 변화와 흐름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미덕은 시청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드는 사고의 확장이다. 단순한 공상과학 시리즈를 넘어서, 우리 시대의 중요한 질문들에 대해 심도 있게 탐구하도록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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